건조해지는 계절, 넥이 슬쩍 달라진다
겨울이 되면 매장에 이런 전화가 자주 들어옵니다. “지난달엔 잘 됐는데 갑자기 줄이 높아진 것 같아요.” 기타 자체가 망가진 게 아닙니다. 실내 습도가 낮아지면 나무가 수축하면서 넥(기타의 긴 막대 부분)이 뒤로 당겨지고, 그 결과 줄 높이가 달라집니다. 반대로 장마철엔 나무가 팽창해서 넥이 앞으로 굽기도 합니다.
이 현상의 해결책이 트러스로드(truss rod) 조정입니다. 트러스로드란 넥 안에 박혀 있는 금속 봉으로, 넥이 휘는 방향을 반대로 잡아당겨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조정 방향만 외워두면 웬만한 넥 휘어짐은 집에서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단, 처음이라면 아래 순서를 꼭 지켜서 조정하세요. 트러스로드를 과하게 돌리면 넥 크랙이 생길 수 있고, 그건 셋업이 아니라 수리 영역입니다.
준비물
- 트러스로드 렌치 (Allen wrench / 육각 렌치) — 기타마다 규격이 다릅니다. 4mm, 4.5mm, 5mm 중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기타 구입 시 동봉된 렌치가 있다면 그걸 사용하세요.
- 카포 1개 (1프렛 홀딩용)
- 클립 튜너 (조정 전후 음정 확인용)
- 자 또는 스트레이트 엣지 (선택 사항 — 넥 곡률 눈으로 확인할 때)
- 평평한 작업 테이블과 넥을 받쳐줄 수건 1장
단계별로 보면
1단계: 넥 상태 먼저 눈으로 확인한다
기타를 무릎에 올리고 헤드스탁(줄감개가 달린 끝부분, 바디 반대쪽) 쪽 눈높이에서 넥을 따라 쭉 봅니다. 프렛 위를 따라 시선을 이어가면 넥이 얼마나 휘었는지 보입니다.
- 앞으로 굽은 경우 (활처럼 볼록): 줄이 중간 프렛 구간에서 너무 높게 뜨는 증상. 업보우(up-bow)라고 부릅니다.
- 뒤로 당겨진 경우 (움푹 오목): 줄이 높은 프렛(12프렛 이상)에서 프렛에 걸려 버징(buzzing — 줄이 프렛에 닿아 지직거리는 소리)이 나는 증상. 백보우(back-bow)입니다.
- 직선에 가까운 경우: 미세한 릴리프(relief — 넥이 살짝 앞으로 굽어 줄이 진동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상태, 보통 0.2~0.3mm 정도가 적당)만 남긴 상태면 정상입니다.
2단계: 릴리프 수치를 직접 재본다
카포를 1프렛에 걸고, 왼손 새끼손가락(또는 다른 손가락)으로 6번 줄을 16~17프렛에서 눌러줍니다. 그 상태에서 7~8프렛 부근 줄과 프렛 상단 사이 공간을 봅니다.
- 명함 한 장(약 0.25mm)이 살짝 들어갈 정도가 적정 릴리프입니다.
- 공간이 없어서 명함이 안 들어가면 → 백보우 → 트러스로드를 풀어야 합니다.
- 공간이 너무 넓어서 1mm 이상 뜨면 → 업보우 → 트러스로드를 조여야 합니다.
3단계: 트러스로드 위치 파악
기타 모델마다 트러스로드 너트(조정 나사)의 위치가 다릅니다.
- 헤드스탁 접근형 (Sire S7, Ibanez AZ 시리즈 등 스트랫·슈퍼스트랫 계열 다수): 헤드스탁 표면 상단, 너트(줄을 잡아주는 홈이 파인 부품) 바로 아래에 작은 홈이 있습니다. 커버가 있으면 드라이버로 먼저 열어줍니다.
- 바디 접근형 (Gibson, Epiphone LP 계열, 일부 헤드리스 기타): 넥과 바디가 만나는 넥 조인트 부근에 구멍이 있습니다. Corona Gravity NT처럼 헤드가 없는 헤드리스 기타는 대부분 바디 쪽에서 접근합니다.
렌치를 너트에 맞게 끼운 뒤, 손으로 가볍게 저항감을 확인합니다. 뻑뻑하거나 돌다가 딱 걸리는 느낌이 강하면 억지로 돌리지 말고 매장 셋업을 맡기세요.
4단계: 방향 외워두기 — 이건 그냥 외우세요
렌치를 헤드스탁 쪽에서 봤을 때 기준입니다.
| 증상 | 방향 | 외우는 방법 |
|---|---|---|
| 업보우 (넥이 앞으로 볼록, 줄 너무 높음) | 시계 방향 (조인다) | “줄이 높으면 조인다” |
| 백보우 (넥이 뒤로 오목, 고음 프렛 버징) | 반시계 방향 (푼다) | “줄이 걸리면 푼다” |
Righty Tighty, Lefty Loosey — 영어권 악기상에서 쓰는 암기법입니다. 오른쪽(시계)으로 돌리면 조여지고, 왼쪽(반시계)으로 돌리면 풀린다는 뜻.
5단계: 조금씩, 기다리며 돌린다
- 한 번에 1/4회전(90도) 이하로 돌립니다. 반 바퀴, 한 바퀴씩 돌리면 넥에 큰 스트레스가 걸립니다.
- 돌린 뒤 렌치를 빼고 5~10분 기다립니다. 나무가 새 장력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 다시 1단계처럼 눈으로 확인하고, 릴리프가 아직 부족하면 1/4회전 추가.
- 튜너로 음정 확인 — 트러스로드 조정 후 줄 장력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다시 튜닝합니다.
- 목표 릴리프에 도달했으면 조정 완료. 당일은 기타를 세게 다루지 말고 하루 정도 두고 재확인하면 더 좋습니다.
여기서 흔히 막히는 것
“돌려도 변화가 없는데요” — 가장 자주 나오는 상황입니다. 트러스로드는 목재가 반응하는 데 최소 5분에서 하루까지 걸립니다. 조정 직후 눈으로 확인하려 하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급하게 계속 돌리다가 과조정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렌치가 안 맞아요” — 기타 브랜드마다 트러스로드 너트 규격이 다릅니다. Ibanez는 4mm 육각이 많고, Gibson/Epiphone 계열은 5/16인치 박스 렌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렌치를 무리하게 끼우면 너트가 뭉개집니다.
“조이는데 줄이 더 높아졌어요” — 방향을 반대로 돌린 겁니다. 멈추고, 현재 상태를 다시 눈으로 확인한 뒤 방향을 재확인하세요.
“뻑뻑해서 안 돌아가요” — 무리하게 돌리지 마세요. 트러스로드가 한계에 다다랐거나 녹이 슨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집에서 해결하는 영역을 벗어났으니 매장 셋업을 맡기는 게 맞습니다.
트러스로드 조정 후엔 인토네이션도 확인하세요
인토네이션(intonation)이란 개방현(아무 프렛도 누르지 않은 상태)과 12프렛을 눌렀을 때의 음정이 정확히 옥타브로 일치하도록 줄 길이를 맞추는 셋업 작업입니다. 넥 곡률이 바뀌면 인토네이션도 같이 틀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트러스로드 조정 후에는 튜너를 보면서 인토네이션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토네이션 조정은 브릿지 새들(브릿지에서 각 줄을 받치는 작은 부품)을 앞뒤로 움직이는 작업인데, 처음이라면 이 부분만큼은 매장 셋업 한 번을 받아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셋업 비용과 맡길 타이밍
셋업이란 출고 상태의 기타 줄 높이, 넥 곡률, 인토네이션, 옥타브를 기타리스트의 연주 스타일에 맞게 조정해주는 작업입니다. 트러스로드 조정은 셋업의 일부입니다.
- 매장 셋업 비용: 보통 4~8만원선 (매장, 기타 상태에 따라 차이)
- 처음 구입한 일렉기타는 출고 후 한 번 셋업을 받으면 이후 관리가 훨씬 편해집니다
- schoolmusic.co.kr 또는 낙원악기상가 내 셋업 전문 매장에서 진행 가능합니다
이것만은 외워두기
- 업보우(줄 너무 높음) → 시계 방향으로 조인다
- 백보우(고음 버징) → 반시계 방향으로 푼다
- 한 번에 1/4회전 이하, 돌린 후 5~10분 대기
- 렌치 규격 맞는지 먼저 확인
- 뻑뻑하면 무리하지 말고 매장으로
계절이 바뀔 때, 이사나 이동 후, 또는 오랫동안 기타를 방치했다가 꺼낼 때 넥 상태를 한 번씩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두면 갑자기 줄 높이가 달라지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대부분 미리 잡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