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하나 고르는 데 왜 이렇게 종류가 많냐는 질문
매장 카운터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픽은 그냥 아무거나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첫 기타를 사고 같이 픽을 고르는 자리에서 특히 많이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단 아무 픽이나 잡고 치는 것 자체는 가능합니다. 그런데 두께 하나만 바꿔도 같은 기타에서 나오는 소리와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픽 두께 숫자가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지, 흔한 오해 세 가지를 짚으면서 정리합니다.
통념 1: “얇은 픽이 초보자용, 두꺼운 픽이 고수용”
사실은 이렇습니다
픽 두께(mm)는 실력 단계가 아니라 주법과 소리 목적으로 나뉩니다.
- 0.5~0.7mm (얇은 픽) — 줄에 닿는 저항이 적어 스트로크(코드를 쓸어내리는 주법)가 부드럽습니다. 코드 중심 팝·포크 연주에 쓰기 편합니다. 단점은 빠른 싱글 노트 연주에서 픽이 휘면서 아타크(줄을 튕기는 순간 소리가 치고 나오는 느낌)가 흐릿해집니다.
- 0.8~1.0mm (중간 두께) — 스트로크와 싱글 노트를 모두 소화하는 두께. 처음 픽을 고를 때 가장 무난한 시작점입니다.
- 1.1mm 이상 (두꺼운 픽) — 픽이 거의 휘지 않아 줄마다 선명하게 아타크가 살아납니다. 빠른 피킹이나 메탈·재즈 솔로에 자주 씁니다. 코드 스트로크에 쓰면 스트로크 끝에 걸리는 느낌이 강해서 손목이 피로해질 수 있습니다.
Q: 그럼 처음에는 무조건 0.73mm부터?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코드 스트로크 위주로 시작하면 0.73mm 안팎이 편하고, 처음부터 멜로디·리드 위주로 연습하려면 1.0mm도 선택지입니다. Muztek Delrin Standard 0.73mm는 코드 입문자용으로 자주 추천하고, D’Addario Cortex 1.0mm는 스트로크와 멜로디를 섞어 연습하기 시작할 때 쓰기 좋습니다.

통념 2: “두께만 다르고, 소재는 다 거기서 거기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같은 1.0mm라도 소재에 따라 소리와 손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달라집니다. 주요 소재 네 가지를 한 번만 외워두세요.
| 소재 | 특성 | 대표 제품 |
|---|---|---|
| 셀룰로이드 (Celluloid) | 클래식 소재. 따뜻한 음색, 약간 미끄럽고 마모 빠름 | D’Addario Classic Celluloid 시리즈 |
| 델린 (Delrin) | 셀룰로이드보다 마모 느리고 그립감 균일. 중간 음색 | Muztek Delrin 시리즈 |
| Ultem | 탄성과 경도 사이 균형. 두꺼운 픽에서 뻣뻣함 줄어줌 | Corona Ultem 스탠다드, ESP Ultem Triangle |
| Prodigy / Ultex | 고경도 소재. 아타크 선명, 내구성 높음. 속주에 선호 | Ernie Ball Prodigy, 던롭 Ultex 재즈3 |
셀룰로이드는 오래된 소재라 마모가 빠른 편입니다. D’Addario Classic Celluloid 25개 세트처럼 대용량으로 묶어 파는 이유가 있습니다 — 자주 바꿔 쓰는 소모품 개념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Ultem 소재는 손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적고, 두꺼운 두께(1.0mm 이상)에서도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아 셀룰로이드 픽을 쓰다가 두꺼운 픽으로 넘어가는 연습 단계에서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Corona Ultem 스탠다드 1.14mm와 ESP Ultem Triangle 라인이 이 역할로 매장에서 자주 언급됩니다.

소재와 형태: 스탠다드 vs 재즈3 vs 트라이앵글
- 스탠다드 (Standard) — 일반적인 눈물방울 모양. 가장 많이 팔리고, 처음 픽을 잡을 때 기준입니다.
- 재즈3 (Jazz III) — 스탠다드보다 작고 끝이 뾰족합니다. 줄을 정확하게 찍는 느낌이 강해 빠른 솔로나 재즈 연주에 쓰입니다. 처음 잡으면 손 안에서 위치 잡기가 어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던롭 Ultex 재즈3 2.0mm는 이 형태의 대표 픽입니다.
- 트라이앵글 (Triangle) — 세 꼭짓점 모두 사용 가능해서 닳아도 돌려 쓸 수 있습니다. 접촉면이 넓어 스트로크에 부드러운 편입니다.

통념 3: “픽은 어차피 소모품이니 뭐가 됐든 싸게 사면 된다”
사실은 이렇습니다
싸게 많이 사는 전략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픽에 따라 연주 습관이 달라집니다.
픽이 너무 잘 미끄러지면 연주 중 그립을 다잡느라 손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갑니다. 반대로 그립 코팅 처리된 픽은 힘을 빼고 쥐는 연습에 도움이 됩니다. D’Addario Cortex 1.0mm 25개 세트는 Cortex 코팅으로 미끄럼을 잡으면서 가격 부담 없이 대량 구비할 수 있어 이 둘을 동시에 해결하는 선택지입니다.
픽 분실이 잦다면 픽홀더를 같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Corona 픽홀더 케이스나 모도리 피크홀더 스트랩처럼 기타나 마이크 스탠드에 붙여두는 홀더를 함께 쓰면, 연습 중단 없이 픽 교체가 가능합니다.
두께별 정리 — 처음엔 이 표 하나만 기억하세요
| 두께 | 연주 스타일 | 특징 | 시작 추천 |
|---|---|---|---|
| 0.5~0.7mm | 코드 스트로크 중심 | 부드럽고 줄 저항 적음 | 통기타 팝·포크 |
| 0.73~1.0mm | 스트로크 + 싱글 노트 병행 | 가장 무난한 중간 지점 | 일렉·통기타 모두 |
| 1.0~1.14mm | 싱글 노트 비중 높아질 때 | 아타크 선명해짐 | 리드·록 입문 |
| 1.5~2.0mm | 속주·리드 중심 | 거의 안 휘고 아타크 선명 | 메탈·재즈 솔로 |
그래서 처음 픽은 어떻게 고르면 되나
세 가지 기준으로 좁히면 됩니다.
- 주법 먼저 정하기 — 코드 스트로크 위주인지, 멜로디·솔로 위주인지. 코드 중심이면 0.73~0.88mm, 멜로디 중심이면 1.0mm부터.
- 소재는 일단 셀룰로이드 또는 델린으로 시작 — 가격 부담이 적고 다양한 두께로 빠르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D’Addario Classic Celluloid 25개 세트나 Muztek Delrin 시리즈처럼 낱개 단가가 낮은 제품으로 여러 두께를 사두고 비교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 형태는 스탠다드부터 — 재즈3·트라이앵글은 주법이 어느 정도 자리잡힌 뒤에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픽 한 장 가격이 500원~1,000원 선이니, 두세 가지 두께를 한 번에 사서 일주일씩 번갈아 써보는 방법이 가장 빠릅니다. 이 가격대에선 이론보다 손에 직접 잡아보는 게 훨씬 정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