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을 부드럽게 쳐도 소리가 튀어나온다면
연습 중에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했을 겁니다. 살살 눌렀는데 소리가 갑자기 크게 나오거나, 반대로 힘껏 쳐도 볼륨이 묘하게 낮다는 느낌. 건반이 고장 났나 싶어서 당황하게 되는 순간인데요. 매장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 바로 이겁니다. “분명히 세게 쳤는데 소리가 안 올라가요. 건반이 이상한 건가요?”
대부분의 경우 고장이 아닙니다. 벨로시티 커브(velocity curve) 설정이 본인 터치 습관과 맞지 않을 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오늘은 이 설정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단계별로 조정하는지 정리합니다.
벨로시티 커브가 뭔가요?
벨로시티(velocity) — 건반을 얼마나 빠르게(세게) 누르는지를 숫자로 바꾼 값입니다. MIDI 신호에서는 0~127 사이 숫자로 표현되고, 이 숫자가 클수록 소리가 크고 강하게 납니다.
벨로시티 커브(velocity curve) — 내가 실제로 건반을 누르는 세기와, 기기가 내보내는 벨로시티 숫자 사이의 관계 그래프입니다. 예를 들어, 살짝 눌렀을 때 기기가 이걸 작은 숫자(약한 소리)로 보낼지, 아니면 중간 숫자로 바꿔 보낼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커브입니다.
세 가지 대표 커브를 보면:
| 커브 종류 | 특징 | 이런 증상에 맞다 |
|---|---|---|
| Linear (선형) | 누르는 힘과 소리 크기가 정비례. 기본값 | 별다른 불편이 없을 때 |
| Soft (소프트) | 약하게 눌러도 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옴 | “세게 쳐야 소리가 겨우 나온다” 할 때 |
| Hard (하드) | 강하게 눌러야 소리가 올라감. 약한 터치엔 반응 둔감 | “살짝만 쳐도 소리가 너무 튄다” 할 때 |
여기에 Soft 1/2/3, Hard 1/2/3처럼 강도를 세분화하는 기기도 많습니다.
단계별로 보면 — 내 터치감이 이상한 이유부터 찾기
1단계. 증상 파악 먼저
조정하기 전에 내가 어느 쪽 문제인지 확인합니다.
- “약하게 눌렀는데 소리가 갑자기 크게 나온다” → 현재 커브가 Soft 쪽으로 설정되어 있을 가능성. Hard 방향으로 이동.
- “힘껏 눌러도 소리가 별로 안 올라간다” → 현재 커브가 Hard 쪽이거나 벨로시티 최댓값이 제한된 상태. Soft 방향으로 이동.
- “전체적으로 소리가 작다” → 커브 문제가 아니라 DAW 또는 소프트 신디사이저의 볼륨 설정일 수 있음. 커브보다 먼저 확인.
- “특정 건반만 이상하다” → 하드웨어 이슈 가능성. 커브 조정으로 해결 안 됨, 매장 점검 권장.
2단계. 조정 경로 확인 (기기별로 다릅니다)
벨로시티 커브를 바꾸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A. 기기 본체 메뉴에서 직접 조정
많은 마스터키보드가 본체 디스플레이 또는 버튼 조합으로 커브를 바꿀 수 있습니다. 기기 설명서 색인에서 ‘Velocity Curve’ 또는 ‘Touch Sensitivity’를 찾으면 됩니다.
- KORG Keystage 61 → GLOBAL SETTINGS 메뉴 → Velocity Curve 항목
- Novation Launchkey 61 MK4 → 전용 앱(Novation Components) 또는 본체 시프트 버튼 조합
B.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조정
– Arturia KeyLab Essential MK3 → MIDI Control Center (무료 PC/Mac 앱) 설치 → 기기 연결 → Keyboard 탭 → Velocity Curve 선택
– AKAI MPK mini MK3 → MPC Beats 앱 또는 MPK mini Editor에서 조정 가능
C.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 음악 작업 소프트웨어) 안에서 조정
기기 자체에서 설정이 어렵거나 더 세밀하게 제어하고 싶다면 DAW에서 MIDI 입력 커브를 별도로 설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Ableton Live → MIDI 트랙 선택 → 왼쪽 입력 패널 → MIDI 벨로시티 오프셋 또는 플러그인으로 처리
– Logic Pro → Piano Roll → MIDI Transform → 벨로시티 스케일
– Reaper → MIDI Input → Velocity Transform
3단계. 커브 조정 실제로 하기
이 부분이 처음엔 다 막히는 구간입니다. 방법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 기기를 컴퓨터에 USB로 연결한 뒤 전용 앱 또는 DAW를 실행합니다.
- 현재 커브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기본(Linear)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알아야 방향을 잡을 수 있습니다.
- 한 단계씩만 바꿉니다. Linear → Soft 1로 먼저 이동 후 실제로 몇 소절 쳐보고 판단. 한 번에 Soft 3까지 가면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 메트로놈 켜고 일정한 세기로 여러 번 쳐서 비교합니다. 느낌만으로 판단하면 편차가 커서 잘못 설정하기 쉽습니다.
- 마음에 드는 커브를 찾으면 저장합니다. 기기마다 ‘저장(Store/Save)’ 또는 앱에서 ‘Send to device’ 버튼을 눌러야 다음 번에도 유지됩니다. 저장 안 하면 기기 껐을 때 초기화되는 경우 많습니다.
4단계. 그래도 이상하다면 — 여기서 흔히 놓치는 것
벨로시티 최솟값·최댓값 제한 확인
커브와 별개로 ‘Min Velocity’, ‘Max Velocity’ 설정이 따로 있는 기기가 있습니다. 최댓값이 100으로 막혀 있으면 힘껏 쳐도 소리가 127 가득 올라오지 않습니다. 커브 메뉴 근처에서 확인하세요.
소프트 신디사이저 또는 음원 자체의 다이나믹 범위 확인
커브를 바꿔도 차이가 없다면, 연결된 소프트웨어 악기(VST 등)가 벨로시티에 반응하지 않는 모드로 설정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해당 악기 플러그인 내부 설정도 확인하세요.
건반 표면 먼지·눌림 확인
특정 건반만 이상하다면 기계적 문제일 수 있습니다. 커브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매장에 가져오거나 제조사 A/S를 받는 게 맞습니다.
5단계. 실전 권장 커브 — 사용자 유형별
| 사용자 상황 | 권장 커브 | 이유 |
|---|---|---|
| 피아노 독학 입문자 | Linear 또는 Soft 1 | 피아노 기초 터치 습관 형성에 Linear가 기준점 |
| 손 힘이 약한 편 | Soft 1~2 | 약한 터치에도 다이나믹 표현이 가능 |
| 드럼패드나 신디사이저 위주 연주 | Hard 1~2 | 의도치 않은 세기 변화 줄임 |
| 라이브 퍼포먼스 | Linear | 예측 가능한 반응이 실수를 줄임 |
| 비트 프로그래밍 위주 | Hard 1 또는 Fixed (고정값) | 음량 균일하게 입력할 때 |
이것만은 외워두기
벨로시티 커브 조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 두 가지:
- 저장을 안 하고 기기를 끈다 — 조정한 커브가 날아갑니다. 반드시 저장 또는 ‘Send to device’.
- 커브만 탓하고 DAW 설정을 안 본다 — 절반의 경우 DAW 또는 소프트 악기 내부 설정이 원인입니다.
이 증상이면 보통
- 살살 쳤는데 소리가 튀어나온다 → Hard 방향으로 1단계 이동
- 세게 쳐야 겨우 반응한다 → Soft 방향으로 1단계 이동
- 커브 바꿔도 차이 없다 → DAW 또는 플러그인 내부 설정 확인
- 특정 건반만 이상하다 → 하드웨어 점검 (커브로 해결 불가)
터치감이 이상할 때 무조건 기기를 바꾸기 전에, 커브 설정 하나를 먼저 살펴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그걸로 해결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