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겨울이 지나고 나면 꼭 한 번 확인해야 합니다
건조한 겨울 내내 방구석에 세워뒀던 기타를 봄에 다시 꺼내면 줄 높이가 바뀌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장마철에 꺼냈더니 1번 줄이 프렛에 쓸려 소리가 죽는다는 분도 있죠. 두 경우 모두 넥 릴리프(neck relief — 넥이 적당히 앞으로 휜 정도, 활처럼 약간 굽은 상태가 정상입니다)가 계절 변화로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매장에서 자주 들어오는 질문이 “트러스로드(truss rod — 넥 안에 박힌 금속 막대로, 조이거나 풀어 넥 휨을 조절합니다) 돌리면 되는 거 아닌가요?”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트러스로드 조정은 점검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그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고,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아래 3단계를 순서대로 따라가 보세요.
준비물
- 카포 (없으면 다른 사람 손이나 두꺼운 고무밴드로 대체 가능)
- 자 또는 줄자 (mm 단위 측정용)
- 6각 렌치(알렌키) — 트러스로드 사이즈는 기타마다 다릅니다. 보통 4mm 또는 5mm가 많지만 헤드스탁 쪽 입구를 확인 후 맞는 크기를 준비하세요. 렌치는 기타 구매 시 동봉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클립 튜너 — 넥 점검 전에 반드시 표준 튜닝 상태로 맞춰두세요. 튜닝 상태에 따라 넥 장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줄이 풀린 채로 측정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1단계 — 눈으로 넥 상태 확인 (30초)
무엇을 만지는가: 기타 헤드스탁 (줄감개가 달린 끝부분, 바디 반대쪽)
기타를 정면으로 들고 헤드스탁 쪽에서 넥을 따라 바디 방향으로 내려다보세요. 마치 총 끝에서 가늠쇠를 보듯이 봅니다.
- 중간이 살짝 앞으로 볼록 → 정상적인 릴리프 상태
- 일직선이거나 반대로 뒤로 꺾임 (백 바우) → 너무 조여진 상태 → 줄 높이가 낮은 쪽 프렛에서 버징 발생
- 과하게 앞으로 볼록 → 트러스로드가 너무 풀린 상태 → 줄 높이가 전체적으로 높아짐
이 단계에서 넥 뒤틀림(한쪽으로 틀어진 경우)이 보이면 집에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곧바로 매장에 맡기는 게 맞습니다.
2단계 — 넥 릴리프 수치 측정 (5분)
무엇을 만지는가: 6번 줄(가장 굵은 줄) + 1프렛과 최종 프렛
정확한 측정을 위해 다음 순서를 따르세요.
- 카포를 1프렛에 끼웁니다.
- 오른손 새끼손가락(또는 카포가 두 개라면 두 번째 카포)으로 최종 프렛(보통 21~24프렛)에서 6번 줄을 누릅니다.
- 이 상태에서 7~8프렛 근처 줄과 프렛 사이 간격을 자로 잽니다.
기준값:
– 0.3mm 이하 → 너무 타이트 (저음 프렛 버징 위험)
– 0.3~0.5mm → 일반적으로 적당한 범위
– 0.6mm 이상 → 릴리프가 과하게 열려 있음
이 수치가 0.3~0.5mm 범위 안에 있다면, 줄 높이 문제는 넥 릴리프가 아니라 새들(saddle — 브릿지 위에 줄을 걸쳐주는 부품) 높이 혹은 프렛 불균형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엔 트러스로드를 건드릴 이유가 없고, 매장 셋업으로 해결합니다.
3단계 — 트러스로드 조정 (측정 후 필요할 때만)
무엇을 만지는가: 헤드스탁 트러스로드 입구 또는 넥 조인트 쪽 입구
2단계에서 릴리프 수치가 기준을 벗어났을 때만 이 단계로 넘어옵니다. 준비한 알렌키를 트러스로드 입구에 끼웁니다. 트러스로드 입구 위치는 두 군데 중 하나입니다.
- 헤드스탁 입구형 — 너트(줄을 고정하는 상단 부품) 바로 위 커버를 열면 보입니다. 가장 일반적.
- 넥 조인트 입구형 — 바디와 넥이 만나는 안쪽에 있습니다. 넥을 약간 들어 올려야 접근 가능.
조정 방향과 양:
– 시계 방향(조이기) → 넥이 뒤로 당겨짐 → 릴리프 줄어듦 → 줄 높이 낮아짐
– 반시계 방향(풀기) → 넥이 앞으로 풀림 → 릴리프 늘어남 → 줄 높이 높아짐
⚠ 한 번에 최대 1/8바퀴(45도)만 돌리세요. 그 이상 한 번에 조정하면 넥에 무리가 갑니다. 돌린 뒤 10~15분 기다렸다가 다시 2단계 측정을 반복합니다. 보통 1~3회 반복으로 원하는 수치에 근접합니다.
렌치가 뻑뻑해서 힘을 줘야 돌아간다면 멈추세요. 트러스로드가 한계에 가까운 상태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무리하게 돌리면 로드가 부러질 수 있고, 수리비가 본체 가격을 넘기도 합니다.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 3가지
① 튜닝 안 하고 측정하기
줄 장력이 없으면 넥이 뒤로 당겨지면서 릴리프가 실제보다 작게 측정됩니다. 항상 표준 튜닝 상태에서 측정하세요.
② 조정 후 바로 재측정하기
트러스로드를 돌린 직후에는 목재가 아직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소 10분, 여름 장마철이나 겨울 건조기엔 30분 이상 두고 재측정하는 게 정확합니다.
③ 릴리프 수치가 정상인데 트러스로드 건드리기
줄 높이가 높다고 무조건 트러스로드 문제가 아닙니다. 릴리프가 정상이면 새들 높이 조정이나 프렛 레벨링(프렛 높이를 균등하게 맞추는 작업 — 전문 장비 필요)이 필요한 상황이고, 이건 매장에 맡기는 게 맞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것 vs 맡겨야 하는 것
| 증상 | 집에서 가능 | 매장 셋업 권장 |
|---|---|---|
| 릴리프 수치가 0.6mm 이상 | 트러스로드 1/8바퀴씩 조정 | 3회 조정 후에도 안 잡히면 |
| 릴리프는 정상인데 줄 높이 높음 | — | 새들 높이 조정 |
| 특정 프렛에서만 버징 | — | 프렛 레벨링 |
| 넥이 한쪽으로 틀어짐 | — | 즉시 매장 |
| 트러스로드가 뻑뻑해서 안 돌아감 | — | 즉시 매장 |
셋업 비용은 매장마다 다르지만 트러스로드 조정·새들 높이·인토네이션(개방현과 12프렛 음정이 맞도록 줄 길이를 조정하는 작업)까지 포함한 기본 셋업은 보통 5~10만원 선입니다. schoolmusic.co.kr 오프라인 매장 외에 낙원악기상가·동네 악기사 등에서도 셋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만은 외워두세요
- 트러스로드는 릴리프 수치 확인 후에만 건드린다
- 한 번에 1/8바퀴(45도), 조정 후 10분 대기 후 재측정
- 렌치가 뻑뻑하면 즉시 멈추고 매장 에 맡긴다
- 릴리프가 정상이면 트러스로드가 아니라 새들이나 프렛 문제다
계절 바뀔 때마다 2단계 측정만 습관적으로 해도 대부분의 줄 높이 트러블을 초기에 잡을 수 있습니다. 직접 조정이 불안하다면 측정 수치를 메모해서 매장에 가져오면 작업 방향 설명받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