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다 같은 얇은 플라스틱 조각처럼 보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거나 연말에 기타를 처음 잡는 분들이 픽 하나 사러 매장에 오면 거의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0.6이랑 1.0이 뭐가 달라요?” 포장에 적힌 숫자가 실제 연주감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잘 모르는 채로 그냥 눈에 띄는 것을 집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픽 두께는 딱 두 가지만 알면 됩니다 — 숫자가 클수록 딱딱하고, 딱딱할수록 피킹 반응이 일정해집니다. 이 두 문장을 붙잡고 아래를 읽으면 됩니다.
통념 1: “얇은 픽이 입문자한테 편하다”
사실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얇은 픽(0.46~0.6mm)은 줄을 긁을 때 휘는 정도가 커서 코드 스트로킹 — 여러 줄을 한 번에 쓸어내리는 연주 — 을 할 때 손목에 거슬리는 저항이 적게 느껴집니다. 어쿠스틱 기타로 포크 코드를 치는 상황에서는 이 “쭉 미끄러지는 감각”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일렉기타로 한 줄씩 정확히 짚어 내는 단음 멜로디(리프·솔로)를 연습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얇은 픽은 줄에 닿는 순간 휘어버려서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피킹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매장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가 “픽이 자꾸 손가락에서 빠져나가는 것 같아요”인데, 이 경우 십중팔구 얇은 픽을 쓰면서 단음 피킹을 연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리: 코드 스트로킹 → 얇은 픽이 편함 / 단음 피킹·리프 → 중간 이상 두께가 안정적
두께 구간 한눈에 — 이 표 하나로 외워두세요
| 두께 | 통칭 | 휘는 정도 | 주로 쓰는 장면 |
|---|---|---|---|
| 0.46~0.6mm | Thin / Extra Light | 많이 휨 | 어쿠스틱 코드 스트로킹, 포크 |
| 0.7~0.8mm | Medium Light | 약간 휨 | 팝·블루스·재즈 멜로디, 범용 입문 |
| 0.88~1.0mm | Medium~Heavy | 거의 안 휨 | 일렉 리프, 팝·록 단음 피킹 |
| 1.14mm 이상 | Heavy~Extra Heavy | 안 휨 | 메탈·하드록 속주, 재즈 |
픽에 “Thin / Medium / Heavy” 같은 영문 표기가 있으면 숫자 없이도 위 표로 대조할 수 있습니다.
통념 2: “픽 두께만 바뀌어도 소리 톤이 달라진다”
사실인가?
맞습니다 — 단, 차이를 느끼려면 어느 정도 귀가 익숙해진 뒤입니다.
얇은 픽으로 스트로킹하면 픽 자체가 줄에 스치는 소리, 즉 “쓱” 하는 마찰음이 섞입니다. 두꺼운 픽은 이 마찰음이 줄어들고 줄 자체의 진동이 더 또렷하게 들립니다. 피킹 잡음(pick noise — 픽이 줄을 긁으며 나는 플라스틱 소리)을 줄이고 싶다는 분에게 먼저 “픽 두께가 몇 mm예요?”라고 물어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재즈 연주자들이 1.5~2.0mm 이상의 극두꺼운 픽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픽 마찰음 없이 줄 울림만 남기려는 선택입니다.
통념 3: “소재(재질)는 두께보다 덜 중요하다”
사실인가?
두께가 먼저고, 소재는 그다음 — 이 순서는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두께라도 소재에 따라 피킹감이 꽤 다릅니다. 주요 소재 세 가지만 알아두면 됩니다.
셀룰로이드(Celluloid): 오래된 전통 소재. 약간 물렁한 느낌이 있고 스트로킹이 자연스럽습니다. 어쿠스틱·포크에 잘 어울립니다. D’Addario Classic Celluloid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델린(Delrin / 폴리아세탈): 셀룰로이드보다 단단하고 마모가 느립니다. “딱딱하면서도 살짝 탄력 있는” 중간 감각입니다. Muztek Delrin 시리즈가 이 소재입니다.
울템(Ultem / 폴리에테르이미드): 현재 픽 소재 중 가장 단단한 축에 속합니다. 어택음이 선명하고 마찰음이 적습니다. ESP Ultem Triangle 시리즈, 코로나 Ultem 픽이 이 소재입니다.
장르별 두께 차이 4가지 — 이것만 외워두기
1. 어쿠스틱·포크 코드
0.5~0.7mm 내외. 스트로킹 시 픽이 줄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느낌이 필요합니다. 너무 두꺼우면 코드 스트로킹 시 손목이 걸립니다.
2. 팝·블루스 일렉
0.73~1.0mm. 코드와 단음 멜로디를 섞어 치는 경우가 많아서 어느 정도 딱딱함이 있어야 피킹 타이밍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Muztek Delrin 0.73mm나 ESP Ultem 1.0mm가 이 구간에 해당합니다.
3. 록·모던 팝 일렉
0.88~1.14mm. 리프를 또렷하게, 스트로킹도 충분히 — 두 가지를 모두 다뤄야 하는 장르. “Medium Heavy” 표기를 기준으로 삼으면 됩니다.
4. 메탈·하드록·속주
1.14mm 이상, 보통 1.5~2.0mm도 씁니다. 빠른 얼터네이트 피킹(한 줄을 위아래 교대로 빠르게 치는 주법)에서 픽이 휘면 박자가 무너집니다. Ernie Ball Prodigy 2.0mm처럼 두껍고 미끄럼 방지 처리된 픽이 이 용도입니다.
처음이라면 이렇게 시작하세요
아직 장르가 없거나 뭘 칠지 모르겠다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권합니다.
방법 A — 버라이어티 팩 먼저: Planet Waves Variety Pack처럼 여러 두께가 섞인 묶음을 사서 일주일 정도 각각 써보고 가장 편한 두께를 찾습니다. 두께를 정하면 그다음부터 소재를 실험하면 됩니다.
방법 B — 1.0mm 하나로 시작: 어떤 픽이든 1.0mm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너무 얇지도, 너무 두껍지도 않습니다. ESP Ultem 1.0mm나 D’Addario Celluloid 1.0mm를 기준점으로 잡고 ‘이보다 딱딱하고 싶다’ ‘더 부드럽게 가고 싶다’를 느껴가며 두께를 올리거나 낮추는 방식입니다.
픽은 소모품이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처음엔 단가 낮고 개수 많은 묶음을 사두는 게 심리적으로도 편합니다. 한 번에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두께 하나씩 비교하면서 손에 익히는 게 가장 빠른 방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