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 두 개가 전부입니다 — 처음엔
신스를 처음 잡았을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일단 필터 만져봐”입니다. 그런데 막상 패널을 보면 Cutoff, Resonance, Envelope, LFO… 단어만 봐서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힙니다. 매장에서도 “컷오프는 대충 알겠는데 레조넌스는 뭔가요?”라는 질문이 꽤 자주 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복잡한 신스 이론 전부를 다루지 않습니다. 컷오프 하나, 레조넌스 하나 — 이 두 노브의 조합 원리만 세 가지 상황으로 정리합니다. 이 두 개를 몸에 익히고 나면 나머지 파라미터도 훨씬 빨리 읽힙니다.
먼저 용어부터: 필터, 컷오프, 레조넌스가 뭔가요?
필터 (Filter)
신디사이저에서 필터란 소리에서 특정 주파수 대역을 깎아내는 장치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는 로우패스 필터(Low-Pass Filter, LPF) — 이름 그대로 낮은 주파수(저음)는 통과시키고, 높은 주파수(고음)는 걸러냅니다. 기타에 비유하면 톤 노브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확 돌렸을 때처럼 소리가 어두워지는 효과입니다.
컷오프 (Cutoff)
컷오프는 필터가 어디서부터 소리를 자를지 그 경계선(주파수)을 정하는 노브입니다.
- 컷오프를 최대(오른쪽 끝)로 올리면 → 걸러내는 게 거의 없어서 원래 소리 그대로, 밝고 쨍합니다.
- 컷오프를 최소(왼쪽 끝)로 내리면 → 고음 대부분이 잘려서 소리가 어둡고 뭉툭해집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컷오프는 ‘소리의 밝기 조절 손잡이’라고 생각해도 처음엔 충분합니다.
레조넌스 (Resonance)
레조넌스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컷오프 경계선 주변의 주파수를 의도적으로 강조(부스트)하는 노브입니다. 레조넌스를 올리면 소리가 단순히 어두워지는 게 아니라 ‘경계선 부근의 소리가 울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귀를 자극하는 특유의 ‘위~잉’ 하는 공명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레조넌스를 아주 높이 올리면 그 공명이 과해져서 신스 특유의 날카로운 비명(셀프 오실레이션)이 생기기도 합니다.
원리 1 — 컷오프를 내리면 ‘어두워지고’, 올리면 ‘밝아진다’
통념: 필터는 소리를 조용하게 만든다?
아닙니다. 컷오프를 낮추면 볼륨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소리의 색깔이 바뀝니다. 전체 음량은 거의 그대로인데, 고음 성분이 없어지면서 귀에 덜 자극적으로 들립니다.
체험하는 법: 아무 신스나 잡고 오실레이터(음을 만들어내는 발진부)를 사각파(Square Wave)로 설정하고 건반 하나를 눌러두세요. 그 상태에서 컷오프 노브를 천천히 왼쪽으로 돌려보면, 처음엔 ‘삐~’ 하던 소리가 점점 ‘붐~’ 하는 소리로 바뀝니다. 볼륨이 줄어서가 아니라 고음이 잘려서 그렇습니다.
이것만 외워두기: 컷오프 ↑ = 밝음, 컷오프 ↓ = 어두움
원리 2 — 레조넌스는 ‘컷오프 지점을 강조’한다
통념: 레조넌스는 소리를 더 날카롭게 만드는 노브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레조넌스는 컷오프를 어디에 설정했느냐에 따라 강조되는 소리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 컷오프를 한 중간(12시 방향)에 두고 레조넌스를 올리면 → 중간 대역 특유의 ‘콧소리’ 같은 피크가 생깁니다.
- 컷오프를 아주 낮게 내린 상태에서 레조넌스를 올리면 → 저음 끝 부분의 공명이 강해져서 두껍고 묵직한 ‘글거리는’ 질감이 됩니다.
- 컷오프를 높게 올린 채 레조넌스를 끝까지 올리면 → 고음에서 셀프 오실레이션(필터 자체가 스스로 진동하는 현상, 악기 소리보다 순수 사인파 음정이 들리는 상태)이 발생합니다.
세 경우 모두 레조넌스는 올라갔지만, 컷오프 위치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다릅니다. 레조넌스를 먼저 올리고 컷오프를 조금씩 움직여 보면 이 관계가 확 느껴집니다.
이것만 외워두기: 레조넌스는 ‘컷오프가 있는 곳의 소리를 강조하는 돋보기’입니다.
원리 3 — 두 노브를 함께 움직이면 ‘살아있는 소리’가 된다
통념: 두 노브는 각각 따로 설정하고 끝낸다?
신스 소리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노브를 한 번 세팅하고 그대로 두기 때문입니다. 실제 아날로그 신스 연주자들은 컷오프를 손으로 직접 돌리면서 연주합니다. 시간에 따라 소리가 변화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생기는 게 신스의 핵심입니다.
그 변화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엔벨로프(Envelope)와 LFO(저주파 발진기, Low Frequency Oscillator — 매우 느린 속도로 파라미터를 주기적으로 흔들어주는 모듈)인데, 이 두 가지는 대부분 컷오프에 연결해서 씁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렇게만 기억하면 충분합니다:
- 엔벨로프 → 컷오프 연결: 건반을 눌렀을 때 소리가 ‘밝게 피었다가 어두워지는’ 시간 흐름을 만듭니다. (예: 피아노처럼 치자마자 밝고, 잔향은 어두운 소리)
- LFO → 컷오프 연결: 소리가 주기적으로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반복합니다. 속도를 빠르게 하면 ‘와우와우’ 하는 워블 효과가 됩니다.
이 조합만 실험해도 신스 소리가 갑자기 달라집니다.
실제로 체험해 보기 좋은 신스
KORG Volca FM2

FM 방식(주파수 변조 방식 — 오퍼레이터라는 발진기끼리 서로 영향을 주어 복잡한 소리를 만드는 합성 방식)의 소형 신스입니다. 아날로그 필터와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노브를 돌릴 때 소리가 즉각 반응해서 컷오프·레조넌스 개념을 귀로 빠르게 익히는 데 좋습니다. 가격이 낮아서 첫 번째 신스 실험 도구로 부담이 적습니다.
Roland JD-Xi 신디사이저

아날로그 필터 섹션이 패널에 물리 노브로 분리돼 있습니다. Cutoff와 Resonance 노브가 딱 두 개, 따로 표시돼 있어서 오늘 설명한 원리를 손으로 직접 확인하기에 이 가격대에서 가장 직관적인 선택입니다. 37건반에 드럼머신도 내장돼 있어서 신스 첫 경험 기기로 꽤 자주 추천하게 됩니다.
Arturia KeyLab Essential MK3 49

자체 소리는 없는 마스터키보드(MIDI 신호를 컴퓨터로 보내는 건반 — 소리는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담당)이지만, 번들로 포함된 Arturia Analog Lab 소프트웨어가 컷오프·레조넌스 노브를 자동으로 인식합니다. 소프트웨어 신스로 배우는 루트를 택한다면, 노브가 물리적으로 달려 있어 마우스로 드래그하는 것보다 체감이 훨씬 낫습니다.
처음 6개월, 이 두 노브로 충분한 이유
신스 학습에서 흔히 보이는 패턴이 있습니다. 처음에 너무 많은 파라미터를 한꺼번에 이해하려다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컷오프와 레조넌스 두 개를 충분히 귀에 익히고 나면, 나머지 파라미터(엔벨로프의 어택·릴리즈, LFO 속도 등)는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아래 세 가지만 손에 익히면 됩니다:
- 컷오프를 천천히 내리면서 소리 색이 어떻게 변하는지 귀로 확인한다.
- 컷오프를 중간 어딘가에 고정하고 레조넌스를 올려서 ‘어디서 울리는지’ 귀로 찾는다.
- 컷오프를 손으로 돌리면서 연주해서 소리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체험한다.
이 세 가지를 30분씩 3일만 해보면 필터가 무서운 파라미터가 아니라 ‘소리 색칠 도구’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